당신이 그랬다. 자식복은 이만큼이라고 딱 정해져 있어서, 하나가 조용하다 싶음 다른
하나가 속을 썩이고 그런다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그렇게 툭 뱉은 당신의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그럼 형제란 건 서로의 행복을 뺏어야 자신이 행복해지는 존재란 말인가. 그 무슨 끔찍한 소리란 말인가. 내가 힘들 때는 그래도 그만큼 다른 이가 행복하다면 그걸로도 족하지 싶기도 했다. 내가 행복할 때는 혹시나 다른 이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먼저 떠난 이에게는 어쩌란 말인가.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고 떠난, 그의 몫으로 우리가 행복하다 하면 그 무거운 짐을 어쩌란 말인가. 자식복없는 부모를 탓하란 말인가. 그런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난 스스로를 탓하란 말인가. 어찌 그런 말이 맞다며 쉬이 인정하고 내뱉을 수 있을까. 그래, 그냥 흘려들었으면 될 것을, 자식들이 내 맘대로 안된다는 투덜거림이라고 여기면 좋았을 것을, 괜히 마음에 담아서, 괜한 고민을 한, 내가 못난 것이겠지.
툭툭 던져놓은
당신의 말 하나하나에 상처받은 게 한두 번이던가. 인간같지도 않다는 둥, 인간
냄새도 안난다는 둥, 인간이 되라는 둥, 사람 취급하지 않는 말을 해놓고도,
그런 적 없다고,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무심히, 수없이, 다른 이의 가슴에
못을 박는 당신이 아니던가. 그러면서도 당신의 말을 왜 듣지 않냐며, 다
너를 위한 것인데 왜 몰라주냐며, 되려 탓하던 당신이 아니던가.
나를 위한
당신의 열정적인 기도보다, 당신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나를 행복하게 한다는 걸
여전히 당신은 모르는 모양이다. 사랑을 위한 주문을 외우기보다는, 따뜻하게 손 내밀어
포옹 한번 해 주는 것, 내게는 그런 게 사랑이다.
'잡문'에 해당되는 글 61건
무얼 마셔도 목이 마르고,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프다.
여러겹 옷을 껴입고, 이불마저 뒤집어써도, 여전히 춥다.
그저 당신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뿐인데,
그저 당신이 차가운 인삿말 하나 남겨 놓았을 뿐인데,
어째서.
식은 사랑의 이별은 안타까움도 없는데,
알고 있는 수순의 이별은 놀라움도 없는데,
어째서 가슴이 휑한지 모르겠다.
사랑이 식으면 가슴도 식는 걸까.
그래도 사랑이라고 이별하면 가슴에 구멍 하나쯤은 생기는 걸까.
이 한기를 덮을 온기를 찾으려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 걸까.
사랑도 오래되면 소화되어 배설물처럼 버려지는 걸까.
그래서 이별하면 사랑했던 사람만큼 속이 비어 버리는 걸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허기가 채워질까. 이 갈증이 사라질까.
여러겹 옷을 껴입고, 이불마저 뒤집어써도, 여전히 춥다.
그저 당신이 자리를 박차고 떠났을 뿐인데,
그저 당신이 차가운 인삿말 하나 남겨 놓았을 뿐인데,
어째서.
식은 사랑의 이별은 안타까움도 없는데,
알고 있는 수순의 이별은 놀라움도 없는데,
어째서 가슴이 휑한지 모르겠다.
사랑이 식으면 가슴도 식는 걸까.
그래도 사랑이라고 이별하면 가슴에 구멍 하나쯤은 생기는 걸까.
이 한기를 덮을 온기를 찾으려고, 새로운 사랑을 하는 걸까.
사랑도 오래되면 소화되어 배설물처럼 버려지는 걸까.
그래서 이별하면 사랑했던 사람만큼 속이 비어 버리는 걸까.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이 허기가 채워질까. 이 갈증이 사라질까.
우리는 서로를 사랑한 적이 없다.
그저 떼어내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는 팔 한 짝처럼, 원치 않아도 가까이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거리를 만들고, 누군가를 통해서 소식을 전해듣는 사이가 되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 우리가 어쩌다 목소리를 마주하고, 하얗게 비어가는 머릿속과 함께, 말이 자꾸 끊겼다. 가벼운 안부인사들조차 살갑게 주고받기가 힘들었다. 불편함은 쉬이 시간을 잘라내었고, 소음이 단절되는 순간, 이유모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여전히 널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받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너에게 작게나마 관심은 받고 싶었던 걸까.
잠시 아렸던 가슴이 금세 아물었다.
또 다시 널 잊고 살아간다.
그저 떼어내고 싶어도 떨어지지 않는 팔 한 짝처럼, 원치 않아도 가까이 있었을 뿐이다.
시간이 흐르고, 거리를 만들고, 누군가를 통해서 소식을 전해듣는 사이가 되어도,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 우리가 어쩌다 목소리를 마주하고, 하얗게 비어가는 머릿속과 함께, 말이 자꾸 끊겼다. 가벼운 안부인사들조차 살갑게 주고받기가 힘들었다. 불편함은 쉬이 시간을 잘라내었고, 소음이 단절되는 순간, 이유모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여전히 널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받고 싶지도 않다.
그럼에도 너에게 작게나마 관심은 받고 싶었던 걸까.
잠시 아렸던 가슴이 금세 아물었다.
또 다시 널 잊고 살아간다.
"그래."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이 슬로모션의 컷들이 겹쳐진 것처럼 앉아 있던 그가 아직 남아 있다.
그의 이별 통고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그 자신이 핑계가 되고, 내 모든 것이 핑계가 되고, 그 무엇이라도 핑계가 된다는 건, 이미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끝이 나 있는 거니까. 더 이상 무얼 재어볼 이유가 없었다. 그런 건 어느 한 쪽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니까. 그저 서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가 먼저 지지부진한 이 눈치보기에서 용기를 냈던 것 뿐이다. 고마워할 일도 아니지만, 화낼 일도, 미안할 일도, 속상할 일도 아니다.
눈물은 커녕 별 다른 동요도 일지 않을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식어 있었나 보다. 허전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홀가분하지도 않다. 아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즐겁지도 않다. 그래, 시원섭섭하다가 그나마 비슷할까.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지만, 시간이 지나 불쑥 그가 그리워질 날이 있을까. 괜시리 가슴아픈 날도 있을까. 그만.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자. 함께했던 추억만큼은, 그 시간 속에서만큼은, 행복했고, 소중했으니까. 떠올릴 날이 있다면, 그 기억이 거짓되지는 않았던 거니까.
종업원이 다가와 그의 뒷정리를 한다. 그의 찻잔과 함께, 그의 모습도 사라졌다.
내 잔도 마저 비우고 일어서야겠다. 이제부터 뭘 할까. 연락도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친구들을 만날까.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갈까.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이나 할까. 아, 담배부터 사야겠다.
주말이 길어졌다.
내 대답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는 자리를 떴다. 그 모습이 슬로모션의 컷들이 겹쳐진 것처럼 앉아 있던 그가 아직 남아 있다.
그의 이별 통고에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그 자신이 핑계가 되고, 내 모든 것이 핑계가 되고, 그 무엇이라도 핑계가 된다는 건, 이미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끝이 나 있는 거니까. 더 이상 무얼 재어볼 이유가 없었다. 그런 건 어느 한 쪽이라도 미련이 남아 있어야 가능하니까. 그저 서로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다. 그가 먼저 지지부진한 이 눈치보기에서 용기를 냈던 것 뿐이다. 고마워할 일도 아니지만, 화낼 일도, 미안할 일도, 속상할 일도 아니다.
눈물은 커녕 별 다른 동요도 일지 않을 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식어 있었나 보다. 허전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홀가분하지도 않다. 아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즐겁지도 않다. 그래, 시원섭섭하다가 그나마 비슷할까.
지금은 이렇게 담담하지만, 시간이 지나 불쑥 그가 그리워질 날이 있을까. 괜시리 가슴아픈 날도 있을까. 그만. 생기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지 말자. 함께했던 추억만큼은, 그 시간 속에서만큼은, 행복했고, 소중했으니까. 떠올릴 날이 있다면, 그 기억이 거짓되지는 않았던 거니까.
종업원이 다가와 그의 뒷정리를 한다. 그의 찻잔과 함께, 그의 모습도 사라졌다.
내 잔도 마저 비우고 일어서야겠다. 이제부터 뭘 할까. 연락도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던 친구들을 만날까.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러 갈까. 몇 시간이고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이나 할까. 아, 담배부터 사야겠다.
주말이 길어졌다.
고인 물은 썩는대잖아
눈물 가득 고인 내 가슴도 썩고 있나봐
답답해
내 가슴에 환기구 하나 달아줘
보글보글 산소 호스도 하나 넣어줘
눈물 가득 고인 내 가슴도 썩고 있나봐
답답해
내 가슴에 환기구 하나 달아줘
보글보글 산소 호스도 하나 넣어줘
다 귀찮으면 살짝 톡 터트려도 돼
부탁해
부탁해
이렇게 희미하게 널 마주칠 때마다 어떤 마음이어야 하는지 모르겠어.
널 잊으면 안되는 거잖아. 널 만나면 기뻐야 하는 거잖아. 날 찾아준 너에게 고마워 해야 하잖아.
그런데 아파. 적어두지 않으면 너에 대한 거 다 잊어버리면서, 다 잊어버렸으면서, 그래도 아파.
너무 짧아서, 다시금 네 얼굴을 새기지도 못할 만큼 짧은 순간만 너를 본 거라서, 또 쉽게 잊을 내가 미워서, 미안해서, 그래서 아파.
눈물 많은 날은 울기도 하고, 마음 굳은 날은 그저 먹먹함만 가슴에 남아.
널 만났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 혼자서, 네가 뭘했더라, 웃었던가, 어떤 표정을 했었지? 뭐라고 말을 했던가, 목소리가 어땠지? 자꾸만 흩어지는 기억을 떠올리고, 되살리며, 기쁜지 슬픈지 모를 시간을 보내.
내 안의 어느 구석엔가 숨어있던 너를 끄집어내는 건, 어째서 매번 내가 아니라 너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또 와. 안오면 잊을거야, 잊어버릴거야, 잊혀지고 말거야.
그러니 꼭, 또, 너를 찾아내.
그렇게 나를 찾아와.
널 잊으면 안되는 거잖아. 널 만나면 기뻐야 하는 거잖아. 날 찾아준 너에게 고마워 해야 하잖아.
그런데 아파. 적어두지 않으면 너에 대한 거 다 잊어버리면서, 다 잊어버렸으면서, 그래도 아파.
너무 짧아서, 다시금 네 얼굴을 새기지도 못할 만큼 짧은 순간만 너를 본 거라서, 또 쉽게 잊을 내가 미워서, 미안해서, 그래서 아파.
눈물 많은 날은 울기도 하고, 마음 굳은 날은 그저 먹먹함만 가슴에 남아.
널 만났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데, 들어줄 사람이 없어, 혼자서, 네가 뭘했더라, 웃었던가, 어떤 표정을 했었지? 뭐라고 말을 했던가, 목소리가 어땠지? 자꾸만 흩어지는 기억을 떠올리고, 되살리며, 기쁜지 슬픈지 모를 시간을 보내.
내 안의 어느 구석엔가 숨어있던 너를 끄집어내는 건, 어째서 매번 내가 아니라 너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또 와. 안오면 잊을거야, 잊어버릴거야, 잊혀지고 말거야.
그러니 꼭, 또, 너를 찾아내.
그렇게 나를 찾아와.
흔적을 지우고
보호색을 입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작게 웅크린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암흑만큼 깊은
시간이 필요해.
나를 찾지 마.
알아채지도 마.
보지 마, 날.
보호색을 입고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게
작게 웅크린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저
암흑만큼 깊은
시간이 필요해.
나를 찾지 마.
알아채지도 마.
보지 마, 날.
어느 섬에서 원주민들을 만나 따라갔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놓아주지 않는 거야.
딱히 묶어둔 건 아니었지만,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가 붙어. '그 쪽은
위험하니 돌아다니지 말라.'든가 '돌아갈 때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줄테니 편하게 즐겨라.'든가
하면서 말이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어도,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 주어도, 몇 주가 지나도록 이유도 없이 계속 자신들의 마을에만 묶어두는
건 뭔가 이상하잖아.
할 일은 없고 나날이 살만 뒤룩뒤룩 붙어가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이번 건 참 살이 잘 붙어서 좋다느니 조금만 더 키우면 먹을만 할 거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어. 혹시 이들은 식인종인 걸까, 저건 내 얘기인 걸까! 왜냐하면 마을에서 가축같은 걸 본 적이 없거든. 항상 사냥을 해왔을 뿐이었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나가는 말로 물었더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거야. 냄새가 나니까 가까이에 우리를 만들지 않은 거래. 괜한 의심을 한 건가 싶어 조금 미안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진정이 되었지.
시간이 더 지나서, 축제가 있는 날이었어. 자신들만의 경건한 의식같은 거라서,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을 부탁받았어. 그래도 갇혀만 있으려니 너무 갑갑해서 문틈으로 얼굴을 잠깐 내밀었더니, 당장에 사람들이 몰려와 기둥에 묶어버리더군. 부탁했는데 왜 들어주지 않냐며, 내 탓이니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풀어줄 수 없겠다고 했어. 움직일 수 없는 나를 거들어줄 꼬마 하나가 붙고, 밖에는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
더욱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음식을 먹여주던 꼬마가 내게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웃었어. 순간 소름이 싸악 돋더군. 그리고 묻지도 않은 축제 얘기를 하면서, 그 때마다 제물을 바치는데 이번에는 공물이 하나밖에 없어서, 축제 후에 먹을 게 좀 부족할 것 같다며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아, 역시나 이들은 식인종이었구나, 결국 나는 죽는 건가.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어. 내가 그 제물이냐고 물어볼까.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하면,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악이나 쓰고 몸부림치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을까. 또 맞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들 알 방법이 있을까. 그럼 묻지 말까. 그러다 끌려나가 죽으면 죽는가 보다 그러는 게 편할까. 살려달라고 빌어본들 달라질 건 없겠지. 살만 쪘지 허약한 내가 이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운좋게 마을을 벗어난들 무슨 수로 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섬에 올 때 타고 온 배는 이들이 이미 없애버렸을 게 분명할 텐데.
축제가 흥에 겨워졌는지, 사람들의 외침이 커졌어. 촛점 없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한 나를 향해, 아이가 또 한번 싱긋 웃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할 일은 없고 나날이 살만 뒤룩뒤룩 붙어가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이번 건 참 살이 잘 붙어서 좋다느니 조금만 더 키우면 먹을만 할 거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어. 혹시 이들은 식인종인 걸까, 저건 내 얘기인 걸까! 왜냐하면 마을에서 가축같은 걸 본 적이 없거든. 항상 사냥을 해왔을 뿐이었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나가는 말로 물었더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거야. 냄새가 나니까 가까이에 우리를 만들지 않은 거래. 괜한 의심을 한 건가 싶어 조금 미안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진정이 되었지.
시간이 더 지나서, 축제가 있는 날이었어. 자신들만의 경건한 의식같은 거라서,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을 부탁받았어. 그래도 갇혀만 있으려니 너무 갑갑해서 문틈으로 얼굴을 잠깐 내밀었더니, 당장에 사람들이 몰려와 기둥에 묶어버리더군. 부탁했는데 왜 들어주지 않냐며, 내 탓이니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풀어줄 수 없겠다고 했어. 움직일 수 없는 나를 거들어줄 꼬마 하나가 붙고, 밖에는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
더욱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음식을 먹여주던 꼬마가 내게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웃었어. 순간 소름이 싸악 돋더군. 그리고 묻지도 않은 축제 얘기를 하면서, 그 때마다 제물을 바치는데 이번에는 공물이 하나밖에 없어서, 축제 후에 먹을 게 좀 부족할 것 같다며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아, 역시나 이들은 식인종이었구나, 결국 나는 죽는 건가.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어. 내가 그 제물이냐고 물어볼까.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하면,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악이나 쓰고 몸부림치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을까. 또 맞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들 알 방법이 있을까. 그럼 묻지 말까. 그러다 끌려나가 죽으면 죽는가 보다 그러는 게 편할까. 살려달라고 빌어본들 달라질 건 없겠지. 살만 쪘지 허약한 내가 이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운좋게 마을을 벗어난들 무슨 수로 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섬에 올 때 타고 온 배는 이들이 이미 없애버렸을 게 분명할 텐데.
축제가 흥에 겨워졌는지, 사람들의 외침이 커졌어. 촛점 없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한 나를 향해, 아이가 또 한번 싱긋 웃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태그 : 잡문
약속보다 조금 늦은 연락. 없는 번호라는 기계음을 들으며, 당신과 닿아있는
연락처들을 하나씩 눌러야했어. 물음표 몇 개 떠올리긴 했어도, 담담했다고 생각해.
겨우 연결된 전화로 다른 연락처들이 바뀌었다며, 당신도 담담히 내게 새 번호들을 알려주었지. 그저 다른 이를 통해 내게 연락은 넣을 생각이었다는 게 전부였어.
어떤 일에도 끊어지지 않는 사이라는 건 없나 봐.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우릴 보아도. 너무도 단단해서, 끊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인연이라는 건 애정이란 끈이 유지해주는 건가 싶어. 당신과의 사이에서 흐려진 건, 서로를 향한 애정뿐인 듯 해서. 음, 물리적인 거리도 문제일까.
궁금한 건, 앞으로 어찌 될까 정도. 만난 적도 없는 것처럼, 전혀 모르는 사이가 되지는 않겠지. 그게 다인 사이가 될까. 그저 연이 닿아 안면이 있는 사이. 추억? 하긴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있긴 하지. 그 덕에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걸테고.
아프진 않아. 그걸 슬퍼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그저 조금 허전하달까, 허망하달까, 그래. 당신도 아프진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해 빌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미안.
겨우 연결된 전화로 다른 연락처들이 바뀌었다며, 당신도 담담히 내게 새 번호들을 알려주었지. 그저 다른 이를 통해 내게 연락은 넣을 생각이었다는 게 전부였어.
어떤 일에도 끊어지지 않는 사이라는 건 없나 봐. 이렇게 점점 멀어지는 우릴 보아도. 너무도 단단해서, 끊어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말야. 인연이라는 건 애정이란 끈이 유지해주는 건가 싶어. 당신과의 사이에서 흐려진 건, 서로를 향한 애정뿐인 듯 해서. 음, 물리적인 거리도 문제일까.
궁금한 건, 앞으로 어찌 될까 정도. 만난 적도 없는 것처럼, 전혀 모르는 사이가 되지는 않겠지. 그게 다인 사이가 될까. 그저 연이 닿아 안면이 있는 사이. 추억? 하긴 당신과 함께한 세월이 있긴 하지. 그 덕에 이렇게 유지되고 있는 걸테고.
아프진 않아. 그걸 슬퍼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 그저 조금 허전하달까, 허망하달까, 그래. 당신도 아프진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을 위해 빌어줄 수 있는 건 이 정도야. 미안.
나는 당신더러 놓으라 하고,
당신은 나더러 잡으라 한다.
당신은 나에게 화를 내고,
나는 당신이 그저 안쓰럽다.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 하고,
당신은 왜 몰라주냐고 한다.
당신은 사랑한다 말하고,
나는, 나는.
먹먹하다. 답답하다.
우리의 대화는 왜 소통되지 않을까.
당신은 나더러 잡으라 한다.
당신은 나에게 화를 내고,
나는 당신이 그저 안쓰럽다.
나는 당신을 이해한다 하고,
당신은 왜 몰라주냐고 한다.
당신은 사랑한다 말하고,
나는, 나는.
먹먹하다. 답답하다.
우리의 대화는 왜 소통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