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사랑할 시간(2006)

diary 2008/12/04 15:25 mmiya
  핏줄이라는 거, 무얼 의미하는 걸까. 성씨?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이, 또는 어머니와 같은 성을 가진 이. 할머니나 숙모의 성씨부터만 해도 힘은 미약하다. 만약 한번 결합된 적 있는 성씨와의 결합을 계속 금한다면, 대대로 섞여온 그 많은 성씨들을 피해야 하니, 대가 내려올수록 결혼할 있는 성씨는 점점 줄어들고, 언젠가는 바닥이 나겠지. 그렇다고, 하나의 성씨만 계속 금줄을 쳐두는 것만으로 과연 핏줄이라는 게 유지되는 걸까. 성씨를 제외하면 뭐가 있을까. 유전자? 이건 Y염색체라면 말이 되겠다. 아버지와 아들로 최소한 하나는 계속 같은 유전자를 보유하고 물려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남매의 경우만 해도 서로 겹치는 염색체가 없을 가능성이 생긴다.(확률이야 무척 낮겠지만) 물론 염색체 외에 뭔가 계속 자손으로 물려줄 수 있는 또 다른 유전자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만에 하나, 같은 자손인데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진 이들을 핏줄이라 수 있을까. 그래서 남매가 연애를 한다해도 곱게 볼 수 있을까. 또는, 어찌어찌 멀리 돌고돌아 다른 자손인데, 서로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이들을 같은 핏줄이라 해야 할까. 그래서 그들이 연애하면, 같은 유전자를 가졌으니, 결혼은 못한다고 뜯어 말려야 할까.
  어쩌면 핏줄이라는 것도 그저 오래된 관습인 건 아닐까. 동성애를 불쾌하게 여기는 시선처럼. 또는 왼손잡이가 불길하게 여겨졌었던 것처럼. 또는 낯선 이의 낯선 먹거리에 대한 거부감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고쳐져야 할, 잘못된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계속 지켜야 할 것이라는 것 또한 아니다. 그저 그 경계가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 기준이 어떻게 되어야 좋은 것인지 모르겠다. 하긴, 내가 알고 있다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 중에, 내가 스스로 생각한 것은 얼마나 될까, 또 정말 옳은 것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이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걸 보면, 여전히 그 관습 속에 내가 존재하고 있구나 싶다. 그렇다고 무한한 자유가 좋은 것만은 아닐테고. 생각을 하게 되었으니 나아질까. 그 생각이라는 것 때문에, 인간이 자유롭지 못한 것이기도 할텐데. 본능을 누를 수 있는 특권. 권리라는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어야 존재한다.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건 인간이길 거부하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해야 하는데, 이렇게 약한 의지력으로는, 계속 작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아, 한계다. 이 생각은 여기까지.
  죽을 사람을 위해야 할까, 남겨질 사람을 위해야 할까.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게 있다는데, 그게 남겨질 사람에게는 상처가 된다면 어찌해야 할까. 누구도 탓할 수가 없다. 누군가는 아파야 하는 건 슬프다. 죽음이란 특히 더 아픈 이별이다. 떠나는 사람도 힘들고, 보내는 사람도 아리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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