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섬에서 원주민들을 만나 따라갔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놓아주지 않는 거야.
딱히 묶어둔 건 아니었지만,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계속 감시가 붙어. '그 쪽은
위험하니 돌아다니지 말라.'든가 '돌아갈 때 안전한 곳으로 안내해 줄테니 편하게 즐겨라.'든가
하면서 말이지. 아무리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해 주어도, 아무리 친절하게
대해 주어도, 몇 주가 지나도록 이유도 없이 계속 자신들의 마을에만 묶어두는
건 뭔가 이상하잖아.
할 일은 없고 나날이 살만 뒤룩뒤룩 붙어가고,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이번 건 참 살이 잘 붙어서 좋다느니 조금만 더 키우면
먹을만 할 거라느니 하는 소리를 들었어. 혹시 이들은 식인종인 걸까, 저건
내 얘기인 걸까! 왜냐하면 마을에서 가축같은 걸 본 적이 없거든. 항상
사냥을 해왔을 뿐이었지.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나가는 말로 물었더니,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돼지를 키운다는 거야. 냄새가 나니까 가까이에 우리를 만들지 않은
거래. 괜한 의심을 한 건가 싶어 조금 미안스럽기도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진정이 되었지.
시간이 더 지나서, 축제가 있는 날이었어. 자신들만의 경건한 의식같은 거라서, 외부인에게 보여줄 수 없다며 숙소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을 부탁받았어. 그래도 갇혀만 있으려니 너무 갑갑해서 문틈으로 얼굴을 잠깐 내밀었더니, 당장에 사람들이 몰려와 기둥에 묶어버리더군. 부탁했는데 왜 들어주지 않냐며, 내 탓이니 축제가 끝날 때까지는 풀어줄 수 없겠다고 했어. 움직일 수 없는 나를 거들어줄 꼬마 하나가 붙고, 밖에는 두 명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
더욱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음식을 먹여주던 꼬마가 내게서 맛있는
냄새가 난다며 웃었어. 순간 소름이 싸악 돋더군. 그리고 묻지도 않은 축제
얘기를 하면서, 그 때마다 제물을 바치는데 이번에는 공물이 하나밖에 없어서, 축제
후에 먹을 게 좀 부족할 것 같다며 아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야. 아, 역시나 이들은 식인종이었구나, 결국 나는 죽는 건가.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빠졌어. 내가 그 제물이냐고 물어볼까. 그래서 아니라고 하면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하면, 죽음을 앞두었다는 사실을 확인받으면, 무엇이 달라질까. 악이나 쓰고 몸부림치는 것
외에 무얼 할 수 있을까. 또 맞는데도 아니라고 거짓말을 한들 알
방법이 있을까. 그럼 묻지 말까. 그러다 끌려나가 죽으면 죽는가 보다 그러는
게 편할까. 살려달라고 빌어본들 달라질 건 없겠지. 살만 쪘지 허약한 내가
이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이 있을까. 운좋게 마을을 벗어난들 무슨 수로 이 섬을
떠날 수 있을까. 섬에 올 때 타고 온 배는 이들이 이미
없애버렸을 게 분명할 텐데.
축제가 흥에 겨워졌는지, 사람들의 외침이 커졌어. 촛점
없는 눈으로 시선을 마주한 나를 향해, 아이가 또 한번 싱긋 웃어.
살고 싶어, 살고 싶어!



